[일본 동북부 대지진] 국내 원자력발전 상황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12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우리 원전이 규모 6.5 정도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사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지난달 28일 가동을 시작한 신고리원전을 비롯해 고리·월성·울진·영광 등 4개 원전본부에서 모두 21기의 원전이 상업운전 중이다. 원전 1기(100만㎾급)당 1초에 냉각수 50~60t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 바닷가에 설치돼 있다. 홍남표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국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0.2g(지·중력에 의한 가속도 값을 나타내는 단위)의 지반가속도에 견딜 수 있고, 방사능이 누출돼도 5중 방호벽이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세계적으로 지진이 직접 원자로를 파괴해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지반가속도는 지진파에 의해 건물 등에 가해지는 힘을 나타내며, 0.2g을 지진 규모로 환산하면 6.5 정도 된다. 정부는 1978년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규모 5 수준의 지진이 다섯차례밖에 일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지진 안전지대여서, 현재의 원전 내진설계로도 충분하다는 태도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규모 6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으로 분류됐던 니가타현에서 2007년 지진이 발생해, 이곳에 있는 가리와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에서 방사능물질이 누출되기도 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한반도처럼 판의 내부에 위치한 지역은 지진이 일어나는 간격이 넓어 30년의 짧은 기간 관측으로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기록으로 추정한 역사지진에는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여러 차례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앞으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안전본부장은 “설계기준인 0.2g은 지진 발생 뒤에도 원전을 정상가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훨씬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야 방사능물질 누출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후쿠시마원전이 비등형원자로인 데 비해 우리나라 원전들은 대부분 가압경수로형이어서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기환 교과부 공업사무관은 “후쿠시마원전은 원자로에서 가열한 증기로 직접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에서 가열된 물로 증기발생기를 가열해 사용하는 이중구조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이원이 환경운동연합 조직활동국장은 “지름 수㎝, 길이 수십m의 세관들이 수천개가 모여 있는 증기발생기는 수직으로 움직이는 지진에는 더 취약할 수도 있다”며 “원자로형이 다르다는 점이 안전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2030년까지 국내 원전 11기 추가건설, 해외 원전 80기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의 원자력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에너지정의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어 “이번 사고로 원자력 안전신화의 허구성이 다시 입증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기공식에 참석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비상상황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