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국민 80여명 잔류 예상"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리비아에서 교민 철수가 잇따르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은 공사현장의 중장비 관리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내전 양상을 띠고 있는 리비아에서 전원 철수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고 건설업체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지만 고심이 적지 않다. 모든 인력이 철수할 경우 폭도에 의해 차량, 중장비 등을 손쉽게 약탈당하고 앞으로 정세가 안정되더라도 공사재개가 어렵게 될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우리 기업들의 리비아 공사현장에 폭도들이 침입해 건설 중장비, 차량, 컴퓨터 등을 약탈하고 자재창고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필수인원을 남겨두길 원하는 실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안전을 위해 모두 철수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은 필수인력을 남겨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교민 80명 정도가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남은 직원들이 현지 주민과 자체경비대를 조직해 공사현장과 장비를 관리하도록 임무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이 인력만으로는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묘책을 짜내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폭도들의 난입에 대비해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의 열쇠나 배터리를 미리 빼내 숨겨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장비가 아예 작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약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건설업체들은 또 현장 고용된 제3국 근로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데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한국 업체 20여 곳에서 일해온 제3국 근로자는 방글라데시인, 인도인 등 1만여 명이나 된다. 건설업체 직원들이 선박, 비행기 등으로 철수할 때에도 제3국 근로자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고 이들이 안전하게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있다. 우리 국민만 먼저 철수하는 것으로 비쳐지면 나중에 제3국 근로자들을 다시 고용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건설업체들은 과거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기간에도 현지에 남으면서 리비아 측과 신뢰를 쌓아왔다"며 "이번 사태에서도 공사를 재개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