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은 들러리 서는 꼴”
그러나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한양대에서 마케팅 수업을 영어로 듣는 곽모(25)씨는 “한국학생은 3명뿐이고 나머지 15명은 외국학생이어서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김모(23)씨는 “최근 정부지원으로 영어강의가 매우 많아졌는데. 외국인 교환학생 등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이 학점을 독식할 것 같은 분위기다. 학점에 반영되는 퀴즈 등을 보면 외국인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고. 한국 학생들은 그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만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희대에서 일본어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권모(26)씨는 “일본어 강좌에 재일교포나 일본인이 수강해 학점 취득이 어렵다”고 못마땅해했다.
◇학업 성취도 낮고. 교류도 많지 않아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에 치이는 것 외에도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에서 많은 걸 배우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서울여대 모 학생은 “교수님조차도 영어강의를 하다보면 한국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영어강의 특성상 중요한 부분을 우리말로 짚어주는 배려 등이 없어 심도있는 내용을 얻어 갈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희대에서 관리회계 과목을 외국인 교수에게 배우는 박모(26)씨는 “모국어로 들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어려운 과목인데. 부전공 학생에게 영어강의밖에 개설되어있지 않아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의 비중이 늘어.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 장점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숙명여대 서모(20)씨는 “한국 학생은 미국 등으로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미국 학생들은 한국 오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들의 캠퍼스 생활은 시큰둥해 한국학생과 어울리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희대 정모(25)씨는 “외국인들과 같은 팀으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그들이 그냥 묻어 가려는. 속칭 프리 라이딩(무임승차)이 많다”고 못마땅해했다.
◇“교수님. 영어로 강의해 주세요!”
외국인 학생이라고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에서 연세대로 온 교환학생 빠치니씨는 최근 수강 신청을 포기했다. 당초 공지된 영어강의가 교수 재량으로 한국어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에게 직접 영어강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강신청을 포기하고 말았다. 국내 모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마이씨는 “전공 특성상 팀 프로젝트를 많이 하게 되는데. 한국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듣는 경우 한국 학생들에 비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어 강의를 들을 경우 언어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수업 분위기를 저해하는 경우도 있어. 빈축을 사기도 한다.
박정욱 대학생명예기자(경희대)·윤승옥기자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