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신입사원 김도원씨는 지난해 11월 신문 광고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인했다. 광고 속엔 '세계를 지휘할 효성인이 된 것을 축하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2010년 신입사원 합격자 전원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이벤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집으로는 꽃다발, 와인,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명함이 도착했다. 김씨는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보람은 물론 '진정한 직장인이 됐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간 인재 확보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신입사원들을 '어르고 달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효성 김혜현 인재채용팀장은 "최악의 취업난 상황에서도 소위 우수한 인재들은 여러 기업에 복수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일명 'G세대'로 불리는 신입사원들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언제든지 기업을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인재들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들, 모시고 또 모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각종 신입사원 부모 초청 행사를 통해 '부모 잡기'에 나서는 것은 물론 회사에 이미 들어온 동문 선배들을 동원, 신입사원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STX 신입사원들은 최근 크루즈선을 타고 8박9일 일정으로 중국에 다녀왔다. 대졸 공채에 합격한 신입사원은 크루즈선에 승선해 중국의 주요 도시를 탐방했다. 현대아산의 신입사원은 지난해 부모님과 함께 2박3일간 금강산 및 개성에서 현지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금강산 관광코스, 숙박 및 편의시설 등에서 북측 사람들을 직접 접하고 북측 문화를 경험해 보면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의 폭을 넓혔다.
멘토제도를 통해 신입사원을 초기부터 관리하는 경우도 늘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1대1 멘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형식적인 멘토 제도가 아니라 선배 사원들이 정기적으로 신입사원들을 만나 '정서적인 유대'를 나눈다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 멘토 역할을 하는 선배에게는 '회식비'까지 지급한다. 김혜현 인사채용팀장은 "업무적으로는 물론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최근 입사 전 신입사원들이 학교 동문 선배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회식비용까지 지원, 신입사원들의 빠른 적응을 돕고 있다.
◆G세대 신입사원들
각 기업이 신입사원들에게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신입사원들의 특징 때문이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35% 이상의 신입사원들이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1년간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 720명을 대상으로 '첫 직장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불만족한 신입사원 중 81%가 "6개월 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멘토제도 등을 통해 신입사원들을 붙잡아 두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G세대
푸른색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Global)'의 영어 첫문자에서 따온 것으로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젊은 세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