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교수는 “루비아 교수는 투입 중성자와 발생 중성자의 비를 1:0.99 정도로 맞추면 임계에 이르지 않고 효율적으로 토륨 원전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0.99는 거의 임계에 가깝다. 안전성을 위해 효율성을 낮춘 0.98과 이보다 더 낮춘 0.96 중 어느 쪽이 나을지 세계 곳곳에서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토륨 원전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된다. 기존의 우라늄 원전에서 핵폐기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라늄-235와 우라늄-238 중 235만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우라늄에서 우라늄-235는 전체의 0.7%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238이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과정을 거쳐 235의 비율을 3~5%로 높여 쓰지만 여전히 238의 비율이 높다. 문제는 에너지가 높은 중성자(고속 중성자)를 이용하는 최근의 고속로가 아닌 이상 우라늄-238을 핵분열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스란히 폐기물이 된다. 핵분열 결과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과 넵튬, 아메리슘, 퀴륨 등 화학독성이 강한 초우라늄 방사성 핵종들도 타지 않고 남는다.
반면 토륨은 100% 연료로 이용 가능한 핵종(토륨-232)을 이용하는데다, 에너지 증폭기가 고속로 시스템이기 때문에 초우라늄 핵종까지 태워 없앨 수 있다(정확히는 독성이 낮은 핵종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핵변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초우라늄 핵종이 크게 줄어든다. 루비아 교수는 “토륨 원전 폐기물의 독성은 약 500~600년 정도면 광산에서 석탄을 캘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기간 우라늄 원전(가압수형원자로) 폐기물의 독성은 2만 500배 높다. 우라늄 원전 폐기물의 독성이 토륨 폐기물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1만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질 좋은 플루토늄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이용될 수 있다. 우라늄 원전은 폐기물에 다량의 플루토늄이 포함돼 있어 핵무기를 개발할 위험이 있다. 원전 개발 초기 단계에 선진국이 토륨이 아닌 우라늄을 선택한 배경에는 핵무기 개발 욕심도 자리잡고 있었다.
각국의 토륨 원전 개발 경쟁

루비아 박사 이후, 세계 각국은 토륨 원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에너지 증폭기 연구도 있지만 기존 우라늄 원전을 개량한 원전, 즉 임계로에 연료만 토륨으로 바꾼 방식도 있다.
미국 에너지국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등 산하 연구소와 함께 냉각재로 용융염을 사용하고 연료는 토륨을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 개발에 한창이다. 중국은 이 방식을 개선한 ‘액체불소화토륨 원전’ 연구에 뛰어들었다. IAEA에 따르면 중국은 2011년 1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프로그램을 세워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세계 4위의 토륨 산지인 인도는 기존 원전에 토륨을 반응시켜서 우라늄-233을 얻은 뒤 분리해 화학적으로 처리하고 다시 핵분열을 거치는 3단계 방식을 10년 이상 연구해 왔다. 하지만 홍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에 가속기 기반 원전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2009년 12월부터 기존 원자로에 선형가속기를 도입한 실험용 토륨 원전 ‘미라(MYRRHA)’를 건설하고 있다. 2014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19년 완공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방식은 원자로와 가속기 방식을 모두 실험할 수 있어 토륨 원전 상용화에 큰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한국은 2012년 현재 토륨 원전 개발 연구에 거의 참여하고 있지 않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가속기 연구팀이 있었지만 프랑스 등이 중심이 된 고속로 개발에 참여하면서 별도의 연구는 중단되었다. 학계 일부에서 에너지 증폭기 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연구는 국가 단위의 전략적 사고를 갖고 접근해야 개발이 가능한 에너지 산업이기에 쉽지 않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