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 사망 이후 중국 인터넷에서는 '카다피의 유언'이라는 풍자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후난(湖南)성의 한 아마추어 만화가가 그렸다는 이 만화에서 죽어가는 카다피는 힘겹게 손을 내밀어 "나를 301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호소한다. 베이징의 301병원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치료를 받는 곳이다.
이 만화가 풍자하고 있는 것은 카다피가 아니라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중국 외교다. 카다피 정권이 전투기까지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를 학살했을 때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서방의 공습에 반대했다.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된 이후에도 보름 이상 반군을 인정하지 않고 버텼다. 함께 공습에 반대했던 러시아가 대세를 읽고 재빨리 반군 인정 쪽으로 돌아섰을 때도 중국은 주저주저했다. 그 결과로 중국에 남은 것은 각종 대형 프로젝트의 중단에 따른 150억달러를 웃도는 경제적 손실과 반군 측의 달갑지 않은 시선이었다.
지난 9월 하순 치러진 아프리카 잠비아의 대선 결과도 중국에는 뼈아팠다. 20년을 집권해 온 친중(親中) 성향의 다자민주운동(MMD) 소속 루피아 반다 후보가 반중(反中) 이슈를 내건 야당 후보 마이클 사타에게 참패한 것이다. 사타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중국이 잠비아의 구리광산을 약탈해 간다"고 중국을 공격했다. 잠비아 광산에 투자한 중국 기업이 현지인 대신 중국인 근로자들을 데려다 고용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당선된 사타 후보를 방문한 현지 중국대사는 "잠비아 법률을 잘 준수하라"는 거북한 충고까지 들어야 했다. 자원에 대한 탐욕으로 물불 가리지 않았던 외눈박이 외교가 빚은 참사였다.
중국 외교의 시련이 이것만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둔 아프리카의 또 다른 독재국가 앙골라에서도 반중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유엔의 제재 결의에 반대한 중동의 시리아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유엔대사까지 지낸 중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최근 당 기관지 기고문에서 '일엽지추(一葉知秋·하나의 일을 보면 닥쳐올 대세를 알 수 있다는 뜻)'라는 말로 이런 추세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외교가 이처럼 곤경에 빠진 주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관성(慣性)'을 꼽는다. 중국이 아직도 1950년대에 수립된 평화공존 5원칙과 1960~1970년대에 유행했던 비동맹 외교에 매달려 국제정치의 변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발전에 도움만 된다면…"이라는 기준 하나가 더해져 중국 외교는 국제사회의 공론(公論)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완고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중국이 주도면밀한 내치(內治)에 비해 외교 역량은 턱없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는 중국이 유엔에서 대만을 축출하고 대신 가입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은 미·소 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했던 냉전시대도 아니고, 중국의 위상도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중국 외교가 그 위상에 걸맞은 성숙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중국에 등을 돌리는 나라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다.